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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연구소(2004-01-09 16:25:10, Hit : 6324, Vote : 597
 버스 안 풍경

버스 안 풍경


안병무


한때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의 척도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영국 같은 나라는 가장 고도로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간주됐다.
영국에 가본 사람은 먼저 그들의 교통질서에 놀랐을 것이다. 저들은 버스를 타거나 차를 타는데 그렇게 질서정연할 수 없다. 마치 시간을 잊은 사람마냥 타도 그만 안 타도 그만인 양 여유있게,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모습 없이 다른 사람들이 타는 것을 기다리고 혹시 급한 시늉을 하는 사람에게 점잖게 양보도 한다. 또 하나는 저들이 남의 사적인 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에게 방해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제는 노력이 아니라 천성인 양 몸에 밴 듯한 사실이다. 런던의 유명한 하이드 파크에는 때가 되면 그 넓은 잔디밭에 쌍쌍이 반나체로 껴안고 누워 별 짓을 다한다. 광활히 개방된 공개침실 같아서 그런 풍경에 익숙치 못한 우리 따위는 공연히 얼굴을 붉히거나 아니면 호기심에서 저도 모르게 훔쳐보게 된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절대로 그런데 시선을 주지 않으며, 또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한번은 유명한 음악회가 있어 길게 줄지어서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양인인 나와 또 한 친구가 역으로 그 줄을 거슬러 끝으로 가는데 어느 한 사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니 내가 투명인간이기라도 한 듯이!
런던에서 캠브리지로 가는 차에 탔을 때 내 앞자리에 한 젊은 여인이 7, 8세 되는 아이와 더불어 마주 앉아 있었는데 그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미소로 응답하려고 하는데 그 젊은 엄마는 시선을 안 준 채, 그 아이를 내가 눈치 안 채도록 꼭 찔렀다. 그때 아이는 화다닥 놀란 듯이 얼른 시선을 다른 데로 향했다. 난 눈치 채고 창 밖만 보고 있었는데 그들도 사람이라 호기심이야 왜 없으랴! 그 여인이 나를 힐끔 훔쳐보는 것이 차창에 비치지 않나. 난 미소를 지을 수밖에…….
내가 처음 이야기하려는 것은 영국 보고가 아니라 요 얼마 전에 서울 버스 안에서 겪은 한 장면이다.
버스를 타고 한 빈자리를 향해 가는데 바로 그 빈자리 앞에 한 20세쯤 되어 보이는 비교적 비만한 젊은 여자가 펑퍼짐하게 반쯤 누운 자세로 기대어 앉은 채, 한 눈이던가 두 눈이던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간 비스듬히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도로 감아 버리고 그대로의 자세로 되돌아갔다.
얼마를 가는 동안 좌석은 차고 선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그런데 한 정류장에서 어떤 초로(初老)의 여인이 탔다. 그는 내가 앉은 쪽을 향해 오는데 약간 비굴한 미소 비슷한 것을 머금은 얼굴로 바로 내 앞의 젊은 여자의 옆에 바싹 다가붙었다.
여인에게는 시골티가 역력했다. 그 여자는 자리를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그 자리를 향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젊은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 그 때도 그 눈을 반쯤 뜨고 그 초로의 여인을 훑어봤으리라. 자리를 내줄 기미가 없자 그 초로의 여인은 “아이구 어지러워” 등등 힘들다는 신호를 몇 차례 보냈다. 그러나 상대방은 끄떡없었다. 마침내 그 초로의 여인은 “이 아가씨는 어디까지 가는 거여”라고 독백인지 질문인지를 했다. 그래도 상대방이 끄떡없으니 결국은 그녀는 상대방을 직접 손으로 흔들면서 “아가씨 어디까지 가오. 난 힘들어 앉았음 쓰것는데”라고 대담하게 자리 양보의 통보를 했다. 그때 상대방의 반응-“체, 별꼴이야!”하고 시선을 차창으로 향할 수 있도록 약간 자세를 바꾸고 다시 지긋이 눈을 감고 기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내가 일어나서 그 부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아니면 그 젊은 여자에게 훈계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그 초로의 여인의 태도가 그렇게도 밉고 또 나와 그리 나이 차가 없어 보여 그럴 마음도 없었을 뿐더러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럴 염두도 못 내었다. 그렇다고 그 젊은애에게 훈계 따위를 할 용기는 물론 안 났다. 그러다간 “체, 별 꼴이야!”라는 말을 또 한 번 듣는 것으로 끝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이나 먹었다고 버스를 타면 으레 자리 양보를 권리로 요구하는 늙은이도 아니꼽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밉다. 그래서 나는 때로 버스에서 서서 갈 때에는 되도록 차안을 돌아보지 않는다. 까닭은 젊은이들에게 자리 탐이라도 한다는 비열한 인상을 주기 싫어서이다.
나는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현재로서는 고사하고 원래부터 서구인이 말하는 일말의 에티켓도 없는 민족으로 보인다. 그러면 예의지국이라는 것이 피상적 관찰에서 온 것이거나, 그게 사실이었다면 그 동안 굉장히도 달라진 것일 수밖에 없다.
예(禮)란 원래 종교적 의식이 그 발단이라고 들었다. 이 글자는 위에서 아래로를 뜻하는 ‘시’(示)와 제사상 위에 음식을 놓는 것을 뜻하는 ‘풍’(豊)으로 이루어진 글자라고 한다.
그것은 신과 인간과의 교류를 의미한다. 이것이 사람 관계에 적용되었다면 다른 사람을 하늘 같이 아는 자세가 예의 기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오늘 같이 경제 제일주의, 실리주의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 그따위 것이 자리할 틈이 있을 리 없다. 그런 풍조에서 발달한 건 개인주의, 이기주의, 실리주의, 이런 따위밖에 다른 것이 있으랴!(1980.4/ 살림 2001년 11월호에 실림)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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