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소개
 
 
연구소 약사
 
 
연구소 소식
 
 
민중신학 자료
 
 
독자마당
 
 
월간살림
 
 
신학사상
 
 
신간안내
 
 
도서신청
 
 
관련 사이트 링크
 
 
안병무 선생님
 


  한신연 
 김명수의 민중생명신학 담론


한국신학연구소 신간

김명수

초대기독교의
민중생명신학 담론




저자 서문: 민중신학 담론

(1) 민중 경험

1976년 겨울, 한국신학대학 대학원 시절 나는 국가보안법, 반공법,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서대문 구치소에서 무기형의 선고를 받고 갇혔던 적이 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차디찬 마루바닥에 짚으로 엮은 가마니를 깐 것이 겨울 준비의 전부였다. 손과 발, 그리고 귀와 코끝이 얼음이 박혀 열이 나고 가려워서 밤을 새도록 긁던 일과 아침에 일어나 물통에 있는 얼음을 깨고 세수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형(刑)이 확정된 사형수들을 집행한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돌아다니며 형무소의 공기를 우울하고 음산하게 하였다. 내 옆방에 바로 이 모라는 사형수가 있었다. 항상 흰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던 그는 필자와 같은 고향 사람이었고, 성격이 온순하였다. 그는 가족이 없어서인지 면회를 오는 사람도 없었고, 영치금을 넣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필자는 남달리 그에게 애착을 느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방(通房)1)을 하고 먹을 것을 교도관 몰래 건네주기도 하였다.

그는 어려서 양친 부모를 잃고 고아원과 소년원을 전전하면서 살았다 한다. 머리가 커지자 고아원을 뛰쳐나와 용산 시외 버스 터미널을 무대로 구두닦이 생활을 했고, 어쩌다보니 소매치기가 전문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교도소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이 했다는 것이다. 지난번 교도소 문을 나왔을 때 소매치기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그는 장사밑천을 마련할까 하여 천안 근교의 어느 목장에 들어가 2년 동안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동안 밀린 임금을 요구하자 주인은 앞으로 1년을 더 일해야 밀린 임금을 주겠다고 말하면서 지금 나가려면 밀린 임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그 날 저녁 내 이웃은 동네에 내려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저런 노랑이 수전노는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날씨가 유난히 추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형 집행되기 전 날, 재소자 운동시간에 나는 사형장 옆에 있는 조그만 빈터에서 내 이웃을 만났다. 창백한 얼굴로 그가 나에게 말을 건넸다. “김형, 인간에게는 예감이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내일 나는 저 하얀 집 신세를 질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제대로 숨 한번 크게 쉬어보지 못하고 가게 되는군요. 김형, 부디 나 같은 인간들, 사회에서 냉대를 받고 음지에서 꿈틀대다가 소리 없이 죽어 가는 사람들을 기억해주시오. ...”

감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내 손에 무엇인가를 꼭 쥐어 주었다. 그가 교도관의 눈을 피하여 몇 달에 걸쳐 칫솔대로 조각한 십자가였다. 그런데 거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발가벗긴 창녀가 달려 있었다. 아마도 내 이웃은 죽음을 예감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십자가에 달린 창녀 속에 투영(投影)하였을 것이다. 이 십자가를 나는 애석하게도 대구 교도소 시절에 검방(檢房) 교도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다음 날 새벽, 날이 밝기 전, 구슬픈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내 이웃은 무술교도관들에 의해서 형장(刑場)으로 끌려나갔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내 이웃은 벌써 저 세상 사람이 되어 흰 보자기에 덮인 채, 간병들에 의해서 손 침대에 실려 나갔다.

그 날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내 이웃과 돈 몇 푼을 벌기 위해서 17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김 모씨, 어떤 사유에서인지 자기 애인을 죽여 김치를 담갔던 이 모씨, 그리고 북한에서 남파되었던 사상수(思想囚) 2명을 포함하여 15명의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나는 이틀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내 이웃들의 비참한 운명을 둘러싼 많은 상념(想念)들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사회란 무엇인가? 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과연 정당화할 수 있는가? 내 이웃들의 운명의 책임이 과연 저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나에게도 저들의 운명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속절없이 죽어간 내 이웃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희생제물이 아닌가? 나는 내 이웃의 비참한 운명 속에서 나의 비참한 운명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는 듯 했다. 사회가 다름 아닌 인간들에 의해서 구성되었을진대, 사회적 모순은 인간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개선해 나갈 수 있지 않은가? .... (하략)

     신국판/ 374쪽/ 11,000원




베른하르트 로제: 마틴 루터의 신학
로제의 신약성서신학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zero
한국신학연구소 / Korea Theological Study Institute / http://www.ktsi.or.kr
03752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55 선교교육원내 / Tel 02-738-3265~7 , Fax 02-738-0167 , E-mail :
Copyright 2000-2020 KTSI all rights reserved.